나무꾼과 학
도성성훈통고 성훈기 智편. 4-27-3. 66p
변만규(호 신송)가 말하니
(3)과거 제부회원들이 하숙집에 있을 때에 도성사부님께서 왕림하시어 말씀하시기를
“금일은 이곳에서 잔다”하시고 모든 분은 돈 버는 일은 중지하고 나로 더불어 “남산을 구경가자” 하시사
회원 일동이 모시고 오르던 중에 사부님께서 돌아보시고 말씀하시기를 “저 곳을 보아라!”하셨으나 제자들은 그 뜻을 맞추지 못하고 또한 감히 여쭈지도 못하였더니 한참 오르시다가 또 말씀하시기를 “저곳을 보아라!”하셨으나 제자들은 잠잠히 말이 없었다.
다시 천천히 이어 말씀하시기를 “대도존사님 제향일에 옛 이야기를 말할것이다”하시고 이어 이으시니 ‘옛날 어느 시골 노인이 나무를 쪼개어 팔아서 생계를 이어가는 바였다.
하루는 산에 가서 나무를 쪼개어 지고 내려오는 중에 누가 불러서 뒤를 돌아본즉 없어서 다시 내려오는 중에 또 불러서 돌아본즉 또한 아무도 없었다.
다시 내려 오더니 학이 한쪽 다리를 상하여 선혈이 낭자한 가운데 나뭇짐 지고 내려오는 자를 불러 말하기를 “사람의 피를 구하여 바르면 곧 낫건마는 아직 그 피를 구하지 못하여 이같이 고생한다”고 하였다.
나무꾼이 놀라며 급히 자기 팔뚝을 찌르고자 한 대, 학이 말하기를 “노인장은 아직 사람이 되지 못하였으니 나쁘게 여기지 말라”하였다.
나무꾼이 불쾌하고 억울한 맘으로써 있더니 학이 한 개 눈썹을 빼주며 말하기를 “이것을 가지고 시장 가는 길에 눈썹으로써 사람을 대하면 참사람을 만날 것이니 그 피를 구하여 오라” 하여 그 눈썹을 받아서 가다가 사람을 만나 눈썹으로 대하면 짐승으로써 보이고 눈썹으로써 함이 아니면 사람으로서 보임이라.
수십 명을 지나 시장에 이르러 이같이 시행하였으되 사람이 없었다.
사방으로 찾다가 한곳에 치아가 없는 백발노인을 가서 보니 마침 이 노인 떡을 사서 먹는 참이었다. 다 먹음을 기다렸다가 가까이 가서 눈썹으로써 본즉 사람이었다.
인사를 닦고 경과 사를 말하니 노인이 흔쾌하게 생각하여 선혈을 빼주어 받아서 부지런히 만나던 곳에 가서 다리를 치료하고 나무를 지고 일어나니 학이 말하기를 “나무 파는 일을 놓아두고 뒤를 돌아보지 말고 산봉우리를 향하여 올라가라”하여 곧 이행하니
푸른 하늘이 졸지에 먹구름이 해를 가리어 우렛소리가 벽력같더니 소낙비가 크게 쏟아짐에 시장이 물에 함몰되고 수위가 상승함에 뭇 산이 점점 잠기었다.
정상을 향하여 부지런히 가니 한 노인이 앉아있어 노인을 대하여 말하기를 “현금에 물이 팽창되어 이 산이 거의 침몰하였으니 급히 올라오소!”하고 봉우리를 향하여 올라가다가 돌아보니 물이 노인 발 아래까지 찼으나 노인은 태연자약하였다.
자세히 보니 아까 시장에서 만난 늙은 자가 분명하였다. 다시 내려와서 노인에게 예를 닦더니 노인이 졸연히 사라짐에 간곳을 알지 못하였다.’
사부님께서 이어 말씀하시기를 “잠깐 이 이야기를 생각해본즉 나무꾼은 비록 촌사람이 되나 이 사람 가운데 사람이 되는 고로 천지신명이 신묘한 방법을 제공하여 막을 수 없는 물 재앙에서 구출한 것이라”하시니 여기에 제자가 여러 번 시내를 가리키신 깊은 뜻을 돈연히 깨닫고 남산 관광을 잘하고 기쁨을 머금고 늦게 돌아오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