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순희(호 복촌)가 일찍이 가화가 흡족히 되지 못한 고로 믿는 생각이 떨어져서 성문에 왕래함이 때로 궐하여지는지라. 스스로 애처로이 탄식하며 조금도 생을 즐거워하는 마음이 없더니 어느 날 법회에 참여 하였다가 부르심을 받고 앞에 나간대, 도성사부님께서 온연히 말씀하시기를 “네가 조금도 맑고 화채스러운 기운이 없이 빛깔과 윤택이 떨어졌으니 무슨 연고냐?” 하시거늘 송구스러우나 조금도 숨기지 아니하고 가화가 잘 되지 아니함으로 마음이 울결함을 말씀드린대, 사부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이것은 다 인연이라! 시기의 이르고 늦음은 있으나 인연이 있은즉 따를 것이니 괴로워하지 말아라. 괴로워한즉 너의 인연이 거의 희미하여지리니 굳음을 지키고 화애로움에 처하여 따스하고 부드러운 정으로 안아 주며 나의 도리를 힘써서 다하면 이것이 가화하고 인연을 찾는 묘한 기틀이 되는 것이라” 하시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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