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성성훈통고 仁편. 1-277. 224p문답기
이덕호(호 경연)가 일찍이 도성사부님께 들으니 말씀하시기를
“무릇 도가 세 가지 요긴함이 있으니 일러 정과 기와 신이라. 세 가지 물건을 다루어 단을 얻나니 정은 형질의 몸을 말함이요, 기는 명과 숨 쉼을 말함이요, 신은 성품과 마음을 말함이라. 정을 다루어 기운을 화하고 기운을 다루어 신을 화하며 신을 다루어 허로 돌리고 허를 다루어 도에 합하나니 이같이 하여 단의 머리가 스스로 이루어진즉 자국, 자국이 비쳐 보호하여 삼년을 온전히 지킨즉 가히 하단을 얻고 육년을 온전히 지킨즉 가히 중단을 얻고 구 년을 온전히 지킨즉 상단을 얻어서 삼단이 스스로 족하면 선도가 이루어지는지라. 이것을 이르되 구품 연화라 하며 삼 년을 온전히 지킨즉 눈빛이 광채가 나고 육 년을 온전히 지킨즉 지극한 도가 엉기며 구년을 온전히 지킨즉 이름이 신선 반열에 오르나니 기운을 기르고 신을 기름이 이것이 족하니 부질없이 칠정에다 구하지 말아라.
정은 영의 근본을 기르고 기운은 신을 기르나니 이런 참다운 밖에는 다시 참다움이 없는지라. 참다움이 등급이 있으니 형질을 다루어 기운을 위함이 진인이라 말하고 기운을 다루어 신을 이룸이 신인이라 말하며 신을 다루어 허에 합함을 선인이라 말하고 허를 다루어 도에 합함을 지인이라 말하느니라” 하시니라
어느 날에 원명실에서 글을 읽을 새 스스로 취미를 알지 못하되 흥겨워 글소리가 창발 하더니 이때에 눈속의 달빛이 교결하고 밤이 깊어 가는지라. 홀연히 신발을 끄는 소리가 나며 창문을 열거늘 바라보니 도성사부님께서 웃으시며 창밖에 계신지라. 황망하게 문에 나가 맞이한대, 사부님께서 자리에 들어오시며 물어 말씀하시기를 “무슨 글을 읽는냐?” 말하기를 “교유문이니다” 하니 사부님께서 웃으시며 말씀하시기를 “ 내가 망령되이 흥야! 부야!라 하는 상쾌한 취감을 공연히 파하여 미안한 바 있으나 그러나 지금 눈 아래 달빛이 휘황한 장공에 한 점의 티끌도 없고 학이 동정(금천)에 소리 함에 시혼이 용솟음치듯 고동쳐서 견디기 어렵더니 마침 글소리가 동각소헌(별관)에 까지 들림으로 소리를 따라서 왔노라” 하시고 옥병을 두드리며 창쾌하게 읊어 말씀하시기를 “우임금이 한치의 광음을 아낌이 어찌 없으리오. 공자의 가죽이 세 번 끊어짐이 이것이 참다움이라. 선비는 추운 집에서 십년을 공부해야만 비로소 금궐에 조회하고 장수는 위태로운 곳에 백번 싸우는 공을 이루어야만 이에 공후(관료)가 되느니라” 하시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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