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성성훈통고 義편. 2-172 .126p
박태원(호 약단)이 어느 날에 마침 볼일이 있어
춘풍헌에 들렸더니 이때에 봄은 바야흐로 무르익는데 매화꽃이 만발하여 그윽한 향기가 대지강산에 스며듦에 나비가 쌍쌍이 서로 춤추며 나래를 벌리고 꽃향기를 노략질함에 그 봄다운 기상이 가히 사랑스러운지라.
우주간 일체 모든 만물이 화기를 머금고 꽃답게 피어나며 그 참다운 묘기가 활발한지라.
흥기가 스스로 일어나서 하염없이 ‘매화꽃은 동정의 무르익은 봄에 피였고 학의 소리는 삼산의 밝은 달에 울부짖는다’고 읊조렸더니
홀연 문 여는 소리가 나며 아(亞)자 창이 열리는 곳에 도성사부님께서 주렴을 높이 걷으시고 부르시거늘 조심스럽게 창문 앞에 엎드려 절을 한 대,
사부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봄빛이 참으로 화창한데 네가 짐짓 여기에서 거닐면서 흥기를 자아내니 소감에 어떠한 기분이 있느냐?
너는 뜻을 말하여 보아라”하시거늘
대답해 말하기를 “매화꽃이 산에 떠오르는 달빛에 나부끼며 그 모양이 담박함이여!
복욱한 그 향기가 모든 세계에 번져드니 봄 물결에 흐르는 강물은 만 갈래 천 갈래로써 모든 중생의 생명을 구원하는 약수가 되나이다.”
사부님께서 조용히 웃으시며 말씀하시기를 “슬기롭다, 너의 말이 옳으니라”하시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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