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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성훈통고 (道聖訓通攷)/문답기(問答記). 義편

초년의 수련하는 괴로움은 있으나

인월산(仁月山) 2017. 6. 25. 12:18

 도성성훈통고 義편. 2-378. 263p

 

이일례(호 춘동)이 일찍이 남편 운초 이종구로 더불어

성재공부에 참여하여 선사 백촌 변동기에게 들으니 “옛적에

도성사부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나나니벌은 본래 다른 벌레를 구하여 자식으로 삼는

물건이니 푸른 벌레가 어느 날에 일기는 따스하고 바람은 잔잔한데 나물 밭에서

기름진 나물 잎을 한참 갉아 먹고 있다가 홀연 어느 물건이 날아와서 잡아서 갖고

가거늘 놀래어 본 즉 나나니벌이라.

장차 겨루고자 하나 힘이 모자람으로 장차 죽을 것으로 생각하고 하는 대로 맡기

였더니 얼마 아니 되어 어느 곳에 가 앉아서 붙잡아서 대들보 사이에 두고 진흙으로

집을 짓고 그 가운데 가두며 말하되

“나는 본래 자식이 없는 고로 장차 너로 후사를 잇게 하고자 하노니 너를 진흙집

속에 가둠으로 비록 한때의 고생은 있으나 네가 견디어 참으며 내 말을 잘 들은즉

몇 날이 아니 되어 네 형상이 변하고 나래가 생기는 이치가 있으므로 나와 같으리라”

하고 단단히 집 구멍을 막은 다음에 밖에서 무슨 염송하는 말을 외우거늘 자상히

들어본즉 “나나나나 닮아라, 닮아라”하는지라.

스스로 생각하여 본즉 ’저는 나나니요, 나는 나물벌레라. 류가 다름으로 비록 천 번,

만 번 나나나나 닮아라를 찾더라도 이것은 바람난 소와 말이 음양의 정을 통하지

못함과 같아서 절대로 변형할 이치가 없는 것이라.

나를 나물 밭의 기름진 나뭇잎 속에 묻어 두고 배불리 먹이고 따스하게 하여 준다

하더라도 이치에 변형할 이치도 없고 내 또한 즐겨 들을 수 없거늘 하물며 설사

모양을 변하는 이치가 있다 하더라도 이 같이 단단히 가두고 기운을 막고 숨 쉼을

막히도록 나를 괴롭히고 욕되게 할쏘냐? 하며 혹은 원망하고 혹은 꾸짖으며 혹은

뛰고 혹은 들이받으나 저 나나니는 조금도 반응이 없고 진흙집도 부서지지 아니

하며 다만 들리는 것이 지성으로 “나나나나 닮어라”부르는 소리라 하시니라.

그러나 마음이 즐겨 내키지 아니하여 다만 누워서 듣지 아니 하였더니 얼마 아니

되어 오래간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였음으로 몸이 마르고 뼈만 남거늘 어찌할 수

없어서 도리어 생각에 ‘저 나나니의 말을 잘 들은즉 내 몸이 환형탈태를 하여 혹자

가히 살아날 수 있는 도리가 있지 아니한가?’하고

나도 그 “나나나 닮아라”소리를 성심껏 들었더니 홀연 맑고 화애로운 기운이 흙집

속에 감돌며 몸이 광한전에 울음과 같이 즐거우며 또한 배부른지라.

기뻐서 잠깐 졸음에 잠겨 강남에 거닐더니 졸연 흙집을 따라 부수는 소리와 아울러

흔들어 깨우는 자가 있거늘 깜짝 소스라쳐 일어나 본즉 나나니가 나를 흙집 밖에

내여 놓고 내 몸도 또한 변형되어 날개가 난지라.

특이하게 생각하고 또한 기뻐하며 그 은혜를 사례한 후에 나래를 치고 한번 펴매

날아오른즉 구만장천에 오감이 아무 거리낌이 없고 아래를 내려다본즉 한 조각

대지 강산에 연기와 티끌이 막막한지라.’

아슬아슬하도다! 저 나물 벌레가 만약 나나니의 말을 듣지 아니하였다면 어찌 미미

한 벌거벗은 벌레로써 나는 신선이 되어서 오늘날의 즐거움을 가지리오.

무릇 선비가 참다운 스승을 만나서 도를 닦을 새 비록 초년의 수련하는 괴로움은

있으나 오직 스승의 명령에 복종하여 힘써 경계하고 삼가 정진하면 또한 이와

같음이 있을진져!”하시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