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성성훈통고 仁편. 1-335. 265p 문답기
임정순(호 무전, 박세찬의 아내)이 어느 날에
법회에 참례하였더니 이때는 마침 춘광이 난만하여 복숭아꽃 버들가지가 서로 어우러져 동풍을 안고 창외에서 춤을 추니 가히 이르되 꽃잎은 창틈을 엿보고 버들눈 속이 파릇파릇하며 대 잎은 싸리문을 가리며 송학은 봄 졸음에 잠기어 있는지라. 암컸과 수컷이 서로 어우르는 것은 만화의 진묘한 근원이라. 금화로에 붉은 연기의 그윽한 향기는 구중에 싸인 마음의 관에 사무치니 순화 작용 하는 그 법칙이 어찌 태화춘풍의 화애로운 원기에서 화함이 아니리요.
도성사부님께서 높이 연좌에 앉으시사 자민하신 모습으로 말씀하시기를 “새 우는 봄이여! 꽃 피는 봄이여! 아무리 봄이여! 봄이여! 하겠지만 나 혼자 봄이로다.
너희들이 금강도장에 몸을 의탁함이 봄이 오고 또 가고, 또 가고 또 오기를 몇 번인가 모르지만 일찍이 금강춘풍 태화춘의 꽃다운 향기를 한 번도 즐기고 마셔보지 못하였으니 가히 애처롭다.
봄을 나혼자 몽땅 마음껏 즐기되 봄 꽃 한 송이를 나누어 줄 자가 없으니 내 마음에 어찌 좋을 이치가 있으리오. 이른바 너희들은 북방 사막 지대에 한 그루의 화초가 없으니 봄이 온들 누가 봄이라 하리요 하는 격이로다.
너희들이 아직 애욕이 가득이 쌓이고 쌓인 구렁과 하수를 능히 뛰어 헤어나지 못하고 모든 물질 환경에 얽매여 있는지라. 네 오장과 흉격에 모든 마귀가 수라장을 꾸미고 있으니 어찌 한그루 화초라도 있겠으며 이미 한그루 화초도 없거늘, 어찌 봄이 찾아올 이치가 있으리오. 봄이 찾아오지 아니한즉 영원히 북극의 냉담한 폐허로 화할지라도 또한 어찌 애처롭지 않으리오.
너희들은 들어라! 봄소식을 듣는 이치는 전연 너희 마음에 있는지라. 마음이 편안한즉 따스하여지고, 따스한즉 봄이 찾아오며 봄이 찾아온즉 새가 울고 꽃이 피어 쾌락한 감정이 생기나니 이와 같이 된즉 마침내 좋은 열매가 있을지라. 그러한즉 마음의 열매는 도덕이니라. 도덕은 안온한 심성으로부터 생하나니 심성을 안온하게 하는 도리는 순전히 모든 애정을 멀리하고 욕심을 적게 하는데 있나니라.
지금 너희들은 보건대, 너희들은 성문에 오래간 의지하여 도덕을 많이 들었으나 아직 모든 애욕의 싹을 완전히 제거치 못하여 마장에 사로잡혀 있으니 이른바 광명이 있으되 광명을 등지고 어둔 곳을 헤매며 복신이 있으되 복을 마다하고 받을 줄을 모르는 자 너희들 이니라” 하시니라.
'도성훈통고 (道聖訓通攷) > 문답기(問答記) .仁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크게 증과를 얻은 자 몇 사람이냐? (0) | 2016.02.06 |
---|---|
도성덕립을 함과 동시에 명전천추 (0) | 2016.02.05 |
너는 무엇을 배우며 배움이 있다면 (0) | 2016.02.03 |
봄에 심은 것이 없으면 가을에 거둘 바가 없으니 (0) | 2016.02.02 |
스승의 덕이 가장 중하다고 (0) | 2016.01.31 |